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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러면, 이제 우리 기억속에만 남는 거야? (2화)

다행히 본가로 가는 기차 자리는 많이 남아있었다.

 

오전 11시 기차를 예매하고,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배달앱을 켰다.

 

치킨... 족발.... 곱도리탕............ 벌써부터 술이 땡기는 메뉴들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족발에 막국수를 시켰다.

 

하지만 곧 나는 고뇌에 빠지기 시작했다.

 

족발에 막국수.... 술이 빠질 수 가 있나?!

 

내일 본가를 가지만..... 술이 없으면 60% 밖에 즐길 수 없쟈나...

 

"그래 뭐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소주는 커녕 물만 두 병 들어있었다.

 

"하.... 소주 사와야겠네"

 

귀찮지만 겉옷으로 숏패딩만 입고 하의는 잠옷바지, 이 상태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 들어온 나는 소주는 물론이고 이참에 술을 많이 사서 쟁여둬야겠다는 마음으로

 

소주 4병, 맥주 5캔, 막걸리 2병을 샀다.

 

봉투에 꾸역꾸역 넣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올라온 나는 패딩을 벗고 두 번째 고뇌에 빠졌다.

 

"하.... 그냥 족발 오기전에 술 확 마셔버려?"

 

술을 주에 4~5번을 마시다 보면 이젠 식사에 술이 없으면 허전한 것 같다.

 

내일 본가 가는 것만 아니었으면 그냥 고민도 안 했을 것이다.

 

마실까말까를 반복해서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족발이 도착했다.

 

족발 한 상을 쫙 깔고 소주를 한 병을 셋팅하였다.

 

먼저, 젓가락으로 족발 한 점을 들었다.

 

그걸 막국수에 싸서 한 입 크게 먹었다. 

 

늘 아는 맛이지만 익숙한 맛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그렇게 똑같은 조합으로 한 입 더 먹으니 떠오르는 생각이 

 

"내가 언제 처음 족발에 막국수를 먹었지?"

 

생각해보니 신기하게도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처음 먹어봤었다.

 

"와...... 그게 몇년전이냐.... 그땐 나도 내가 이렇게 술을 좋아할지 몰랐지"

 

이러면서 술을 한 잔 따라 입으로 털어 넣었다.

 

"크아ㅏㅏㅏ 좋다 좋아"

 

소주.... 몇 잔만 마시면 기분이 서서히 좋아지고,

 

나 포함 대부분 사람들은 두 병 정도 되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사실 한 번 빠지면 어떤 음식이든 잘 어울린다.

 

그래도 기왕 "안주"라 하면 속이 든든한 걸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싸구려 보단 고급이고.

 

소주를 어느 정도 마셨을 땐 항상 다른 술도 땡긴다.

 

오늘은 막걸리였다.

 

"아..... 내일 기차 놓치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내 몸은 이미 막걸리를 가지러 갔다.

 

그렇게 알코올로 적신 기분 좋은 저녁 식사 시간을 보내고

 

슬슬 상을 정리하였다.

 

술을 만취 할 때까지 마시면 제일 귀찮은 것 중 하나가 양치다.

 

하지만 오늘은 많이 마시진 않았으니 양치 정도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양치를 하며 나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었다.

 

"뭘 들어볼까나......"

 

평소에 듣던 곡들이 오늘 따라 땡기지 않았다.

 

그러다 문뜩 한 곡이 떠올랐다.

 

"Jim croce - Time in a bottle"

 

뭔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뭔가 쓸쓸한 노래를 듣고 싶었다.

 

"뭐지 평소에도 듣지 않던 노래가 땡기네"

 

그렇게 Time in a bottle을 재생했고 난, 조용히 감상하며 이를 닦았다.

 

노래는 뭔가 감상적이었다. 괜히 옛날 생각도 나고...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아니지만 어렸을 때가 떠올랐다....

 

"에이 괜히 왜이러냐, 내일 본가 가면 우리 동네 돌아보면서 이 노래를 한 번 더 들어야겠네"

 

입을 행구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켰다.

 

PM 23:13

 

원래 같으면 술 마시고 게임하고 놀았겠지만 내일 기차 시간을 놓치면 안되니까

 

도파민 부족을 꾹 참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띠리리띠리띠리띠......  띠리리띠리띠리띠......

 

"(폰을 보며) 아?"

 

AM 08:43

 

"아.... 일어나야지.... 근데 조금만 더 잘까?"

 

Zzz.......

 

띠리리띠리띠리띠......  띠리리띠리띠리띠......

 

"(폰을 보며) 아?"

 

AM 09:25

 

"에이씨 20분만 더 잘래..."

 

띠리리띠리띠리띠......  띠리리띠리띠리띠......

 

"(폰을 들기직전) 아... 설마 이 불길한 느낌은....."

 

AM 09:50

 

"와씨 다행이다 휴우우우"

 

다행이 늦진 않았다.

 

그래도 이른 시간은 아니니까 서둘러서 준비했다.

 

서둘러 머리, 얼굴 순으로 씻은 다음에 옷 고를 차례가 왔다.

 

아무리 부모님이지만 오랜에 뵙는 거니까 조금 차려 입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코트를 골라 입었다. 노래를 흥얼 거리며 준비 하던 그때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핸드폰을 보았다.

 

AM 10:35 

 

오......? 생각보다 늦었는데?

 

나는 바로 핸드폰을 챙겨 택시를 잡았다.

 

Am 10:54

 

나는 역에 도착하였다.

 

"휴... 너무 늦진 않았네"

 

허겁지겁 뛰어서 정신이 없던 난, 겨우 KTX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출발 시간이 되었고, KTX는 천천히 우리 고향으로 출발하였다. 

 

 

 

1화 보기> https://brosword089.tistory.com/30